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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어떻게 죽을 것인가

by 건강을위한 2020.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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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만 가는 요양병원과 요양원들, 그리고 그곳에 통나무처럼(이런 표현을 부디 이해해주십시오) 누워계시는 분들을 보며 느꼈던 답답함…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방법’ 이란 책을 읽고 항암치료 등의 부분에 있어서는 일부(지극히 일부) 공감하면서, 어디까지 해야하는걸까, 어느 선에서는 멈춰야할 것 같긴한데 그 지점이 어디일까...라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어떤 답을 제시할 책이 아니라고 짐작하면서도, 작가의 깊은 통찰을 기대하며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저자인 아툴 가완디는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Complications)”로 유명한 외과의사입니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는 의사로서 말기 환자들을 돌본 경험과 본인의 아버지가 척수 종양으로 진단 받고 생을 마감할때까지 직접 겪은 일들을 통해 느끼고 배운 바를 통해 저술한 책입니다. 저자의 깊이 있는 성찰이 반가웠습니다.

요양원, 어시스티드 리빙, 노인병 전문의 등 다양한 일화들이 와닿았습니다.

(한국 상황에 일반적으로 적용하기는 무리일 수 있지만, 서서히 이런 형태들이 증가할 것임은 자명해 보입니다)

 

책의 목차만 봐도 저자가 하려는 말은 알 수 있습니다.

 

  1. 독립적인 순간 - 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2. 무너짐 - 모든 것은 결국 허물어지게 마련이다
  3. 의존 - 삶에 대한 주도권을 잃어버린다
  4. 도움 - 치료만이 전부가 아니다
  5. 더 나은 삶 - 누구나 마지막까지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
  6. 내려놓기 - 인간다운 마무리를 위한 준비
  7. 어려운 대화 - 두렵지만 꼭 나눠야 하는 이야기들
  8. 용기 - 끝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순간

언젠가는 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며, 모든 것은 결국 허물어지게 마련입니다.

의존하게 된다는 건 결국 삶에 대한 주도권을 잃어버리는 것이지요. 이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도움은 치료가 전부가 아닙니다.

누구나 마지막까지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어합니다. 그렇기에 인간다운 마무리를 위한 준비를 해야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렵더라도 마지막 선택을 위한 어려운 대화를 나눠야만 하겠지요.

 

또한 의사로써 그동안 제가 취해왔던 정보를 주는(informative) 태도를 돌이켜 보는 기회도 되었습니다. 물론 해석적(interpretive)까지는 어렵지만…

완화치료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전략이라는 “묻고, 말하고, 묻는" 즉, 환자가 무엇을 알고 싶은지 묻고, 설명을 한 다음에, 그 설명을 얼마나 이해했는지 다시 묻는다 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책의 원제는 Being mortal 입니다.

우리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순간, 관점은 바뀝니다.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관점이 “좁아집니다" 

 

과거에는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가족과 이웃을 통해 ‘죽음’을 배울 수 있었지만, 

현대에는 자연스럽게 죽음을 접하기가 어렵습니다.

심지어 죽음과 매우 가깝게 일하는 의료진조차도 생명을 구하는 방법을 열심히 배우지, 마지막이 가까워진 생명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는 (거의) 배우지 못합니다.

다행히 2018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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