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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마법의 탄환 (Magic Cancer Bullet)

by 건강을위한 2024.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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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이후 CML 환자들의 희망이 된 글리벡 Gleevec 에 대한 책입니다.

글리벡을 개발하고 임상시험하고 시판에 이르는 과정을 관련자들의 자화자찬^^과 함께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2005년 출판된 책으로, 현재 절판이며, 서울도서관에서 대여 가능합니다.

 

최근 미국에서 액상 치료제가 FDA 승인을 받았다고 하네요.

 

Shorla Oncology, ‘임켈디’(IMKELDI), 2024/11/25 발표


 

성분명 Imatinib, 상품명 Gleevec

 

글리벡의 효과: 필라델피아 염색체(BCR-ABL1 gene)에 의해 만들어지는 티로신 키나아제(tyrosine kinase)의 활성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것

 

#티로신 키나아제(tyrosine kinase) : 인산기를 첨가함으로써 신호 단백질을 활성화시키는 효소. 티로신 키나아제는 단백질의 특정 아미노산에 인산기를 전달하는 인산화 작용을 한다. 작은 화합물을 정확한 장소에 집어넣으면, 효소의 작용을 중단시킬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필라델피아 염색체 : 9번 염색체와 22번 염색체의 DNA 일부가 서로 자리를 바꿀 때 생겨나는 염색체. 그 결과로 생겨난 결함 유전자는 Bcr-Abl이라는 비정상 단백질을 생산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글리벡이 희망을 낳고 기적을 그려내기까지의 환자 임상 시험 결과가 바젤라 회장의 책상 위에 올라온 것은 1999년 4월이었다. 그는 그때 의학 역사의 새로운 장이 이제 씌어지려 한다는 것을 예감했다. 후에 글리벡이라 이름 붙여진 이 약은 시한부 선고인 만성골수성백혈병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냈다. 글리벡 개발 회사인 노바티스 사의 CEO이자 의학박사인 다니엘 바젤라 회장은 이 책에서 개발 과정에 얽힌 극적인 이야기와 이 약이 지닌 의학적 의미, 출시까지의 긴박한 이야기, 그리고 이 극적인 이야기의 진짜 스타인 환자들이 보여주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감정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회장이 직접 나서서 개발 과정을 다룬 책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그는 결정적인 순간 운명의 판단을 내린 장본인으로 이 극적인 약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최선의 사람이었다. 기적의 순간을 연출한 글리벡은 지난 50년간의 과학적 성과와 인간의 신념과 의지가 집약되어서 탄생했다. 신의 영역이었던 기적은 현대에 이르러 인간의 역사(役事)로 일궈지는 것이다. 이 기적의 장막 뒤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삶의 장면들이 수없이 담겨 있다.

왜 글리벡은 특별한가?

글리벡은 암 세포를 겨냥하도록 분자적으로 설계된 최초의 약이다. 글리벡은 부작용이 거의 없이 만성골수성백혈병 등 불치병 환자의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살려내며 놀라움과 희망을 선사했다. 몇십 년 동안 암의 치료법은 수술로 제거하는 방법이나 화학 요법, 방사선 치료가 다였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는 정상적인 세포까지도 공격한다. 더러는 환자들이 이러한 치료 때문에 목숨을 잃기도 한다. 반면에 글리벡은 암의 원인 물질을 겨냥하고 오작동을 바로잡는 ‘설계된 약’이기 때문에 건강한 정상 세포는 얌전히 남아 있게 된다. 글리벡은 분자 단위에서 치료하는 약을 개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다. 글리벡 이후 전 세계의 제약 연구실에서는 타깃을 향해 돌격하는 분자 단위의 ‘마법의 탄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다음과 같이 비견할 수 있을 것이다.
중세 유럽에서 19세기까지 고열과 전염병 등 대부분의 질병 치료에 사혈이 쓰였다. 사혈은 피를 뽑는 것이다. 현대의학의 개념으로 보면 헌혈로 질병을 고치려 한 셈이다. 이처럼 현재 우리가 당연히 받아들이는 치료도 먼 훗날 아주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지금 “그때 사혈을 했단 말이지”라며 인간의 무지에 대해 혀를 차듯이, 그리 멀지 않는 미래에 “그때 인간의 유전자를 차단하는 약 없이 어떻게 질병을 고쳤을까”라고 고개를 갸우뚱할지 모른다. 그런 반문은 이미 시작됐다. 글리벡이라는 유전자 타깃 약물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질병 치료 방식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글리벡의 탄생과정을 실감나게 기록한 이 책은 역사책이자 생명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미래경이다. 책을 열면 유전자 약물 시대를 알리는 과학자들의 아우성이 들릴 것이다.”(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김철중) 그리고 글리벡의 놀라운 효과가 알려지면서 CML 환자와 그 가족은 투쟁가로 변했다. 임상 시험 단계임에도 그들은 정확하고 풍부한 지식으로 무장하고 의사들을 설득했다. 전체 환자 수에 비해서 임상 시험을 받으려는 환자는 놀라울 정도로 많았다. 환자들의 강력한 요구는 노바티스 사의 의욕을 고취시켰고 한편으로 더 많은 약을 더 빨리 공급하기 위한 비상 체제를 갖추도록 했다. 이것은 에이즈 환자들이 선동가로 변한 이래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제약 회사에 영향을 끼친 특별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획기적인 신약 가운데 ‘글리벡’만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약은 드물다. 항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은 물론 환자 주권의 큰 획을 그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글리벡’ 개발에 얽힌 땀과 노력, 생사의 갈림길에서 ‘글리벡’이 빛을 볼 때까지 적지 않게 기여한 백혈병 환자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KBS 의학전문기자 이충헌)

우리나라에서도 글리벡은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글리벡에 대한 다국적 임상 시험은 국내의 여의도 성모병원에서도 실시되었는데, 생사의 경계를 헤매던 환자가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는 극적인 장면이 공개되면서 약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이후 글리벡을 둘러싸고 백혈병 환자의 피켓 시위, 카피 약품 구입 논란, 의료 보험 적용 범위 확대 등 여러 문제가 이슈화되었다.
이 책에서 바젤라 회장은 글리벡에 전 세계에서 똑같은 가격을 매긴 이유에 대해서 설명한다. 글리벡의 개발은 시장성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 약을 적용할 수 있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는 매년 10세 이상의 미국인 중 약 6650명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매년 10만 명당 1.3명이다. 이를 다른 암과 비교해보자. 1년간 미국에서만 전립선암 환자는 약 20만 명, 유방암은 약 19만 5000명 정도가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리벡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로 기적의 씨앗이 잉태된 것이다. 그 결과 글리벡의 가격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가격 역시 기존의 항암 치료제와 비슷한 수준으로 매겼다(하지만 효과 면에서, 입원 기간과 의료비 면에서 글리벡이 훨씬 더 우수하다). 노바티스 사에서는 여러 가지 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환자, 환자 가족과의 모임을 계속 후원했다. 이런 개발에 대한 자금 투자는 국가 주도의 사업체에서가 아니라 기업에서 이루어진다. 기업의 존재유무를 결정하는 것은 이익이다. 보통의 기업은 제품 판매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을 정당화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지만 제약 회사의 경우는 다르다. 전반적으로 건전한 이익을 취할 때에도 사람들은 제약 업계를 탐욕스럽다고 생각한다. 이런 핸디캡을 극복하여 대중을 설득시켜나가는 방법 또한 필요하다. 특히 글리벡처럼 아주 뛰어난 약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얻지만,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높이 책정해야 하는 경우 대중을 설득하는 것은 더욱 큰 과제일 수밖에 없다. 그는 이러한 방법을 ‘성공 관리’ ‘기대 관리’ 등의 경영 관리법 등으로 설명한다. 이 책은 이렇게 세계적인 제약 회사를 경영하는 CEO의 경영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시장성을 바라지 않고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결단,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폭넓은 임상 시험, 최단 기간의 FDA 승인, 환자들에게 빠르게 공급하기 위한 적극적인 생산 투자 등 의사, 과학자, 경영자, 노동자의 의지가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그것도 결말이 행복해서 더욱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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