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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관련 주제/COVID-19

코로나19의 변이와 백신 (3)

by 건강을위한 2021.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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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변이와 백신 (3)

이번 포스팅에서는 현재 본격적으로 접종이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 분자 백신들의 한계와 저항성 변이의 출현이라는 불길한 내용을 다루겠습니다. 백신 접종이 막 시작된 지금 시기에 눈치도 없이 사람들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이야기를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도 이런 재수 없는 예측은 틀리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지만 불행의 예측이 막연한 희망보다 의료적으로 더 큰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리라 믿습니다. 비인격적인 코로나19는 사람들의 희망이나 절망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불길한 경고를 꺼리는 동안 백신들에 대한 무의미한 줄 세우기나 부작용에 대한 성급하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저항성 변이의 출현 가능성만 높아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백신 저항성 변이 출현 가능성의 싹을 자르기 위해서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 세 가지의 불안 요소로 나누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불안요소 1. 단일 단백질 항원의 백신.

코로나19에 대한 분자 백신은 빠른 개발이라는 강점과 함께 항원의 레퍼토리가 부족하다는 약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2)부에서 설명드린 대로 현재 접종 중인 화이자나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모두 스파이크 단백질만 면역에 항원으로 제시합니다. 물론 스파이크 단백질 항원은 항체 형성을 유도하는 면역 자극도 뛰어나고, 숙주 세포 감염 능력을 중화하는 효과도 뛰어나기 때문에 현재 코로나19의 예방이라는 일차 목표의 달성에는 충분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항체 저항성 변이의 발생은 이와는 완전히 다른 측면의 이야기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외부 막에는 스파이크 단백질 이외에도 두개의 막 단백질이 더 존재합니다. 즉 자연 상태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어 면역이 획득되는 경우에는 스파이크 단백질만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만들어내는 모든 외부 막의 단백질이 면역에 항원으로 제시되게 됩니다. 이 경우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가 생겨 여기에 대한 항체가 무력화되어도 다른 바이러스 단백질에 대한 항체가 보조적인 중화를 수행하여 변이의 획득을 억제하게 됩니다. 하지만 단일 단백질을 제시하는 현재의 분자 백신은 이런 다양한 항체의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물론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해서도 한 가지(monoclonal)가 아니라 다양한(polyclonal) 항체를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다양성면에서 자연감염에서 일어나는 변이에 저항하기에는 확률적으로 불리합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분자 백신은 설계된 기존 스파이크 항원을 가진 바이러스에 대한 보호 효과는 뛰어나지만 변이 발생에는 취약합니다. 

 

항체만이 아니라 세포 매개 면역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분자 백신의 취약점은 더욱 도드라집니다.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에서 항체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세포독성 T세포가 수행하는 세포 매개 면역입니다.

적응 면역은 항체가 주축이 되는 체액 면역과 T세포 수용체가 주축이 되는 세포 매개 면역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항체는 항원에 의해 활성화된 B세포가 형질 세포로 전환이 되면서 만들어 냅니다. 이 항체가 바이러스 입자를 열심히 중화해도 세포독성 T세포가 감염 세포를 제거하지 않으면 새로운 바이러스 입자가 계속 생성됩니다. 비유를 하자면 항체는 생성된 입자에 의한 재감염을 막는 수동적 역할을 수행하지만, 세포독성 T 세포는 바이러스 생산 공장을 선제공격하는 능동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물론 면역의 아이콘은 항체이지만 실제는 세포 독성 T세포가 가진 면역 수용체가 더 다양한 구조를 가지고 정교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T 세포 수용체는 MHC class I을 통해 세포들이 제시하는 10여 개의 아미노산 조각 즉 펩타이드를 검사합니다. 스파이크 단백질을 예로 들면 항체의 경우 물리적으로 3차원 구조의 외부만 인식하는 것에 비해 T 세포 수용체는 3차원 구조에 상관없이 단백질을 구성하는 펩타이드 조각들 모두를 검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항체보다 더 정교한 인식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바이러스 감염 세포를 정확하게 찾아내고 제거하게 됩니다.

 

그런데 현재 분자 백신의 경우 스파이크 단백질의 펩타이드들만 T세포 수용체가 검사하게 되지만, 자연 상태의 감염에서는 바이러스가 감염 세포 안에서 만들어 내는 모든 단백질에 대해 검사를 하고 기억을 획득하게 됩니다. 이것은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억제라는 관점에서 아주 중요한 차이입니다. 왜냐하면 스파이크 단백질 같은 바이러스 외부 막 단백질은 원래 변이가 빈번하지만 입자 내부의 기질 단백질과 바이러스 중합효소 단백질은 변이에 아주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즉 스파이크 단백질의 돌연변이는 면역 회피의 기전을 제공하지만, 기질이나 중합효소 단백질의 돌연변이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자연 감염에서 T세포 수용체가 인지하는 다양한 바이러스 단백질들의 펩타이드 정보는 변이 발생을 억제하는 중요한 기전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분자 백신은 이런 다양한 바이러스 펩타이드를 제공하지 않으며, 스파이크 단백질에만 변이가 생기면 면역이 무효화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입니다. 현재 새로 임상시험을 마친 노바백스의 단백질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에 기질 단백질을 같이 추가해서 접종하기에 이런 변이 발생에 대해 조금 더 안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불안요소 2. 백신의 근육주사

두번째 불안요소는 생백신을 제외한 모든 백신은 투여 경로가 근육주사라는 것입니다. 자연 상태에서 코로나 감염은 호흡기 점막을 통해 시작됩니다. 인체의 호흡기 점막은 바이러스나 세균 같은 수많은 병원체의 침입이 시작되는 면역 전쟁의 최전선이며, 이를 효율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특화가 되어 있습니다. 이 방어선이 뚫리면 전신 혈관 내로 병원체가 침입하게 됩니다. 이 특별한 점막의 면역은 비교적 최근에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분야입니다. 호흡기 점막은 효율적인 바이러스의 면역의 시작 지점인데, 생백신의 경우는 살아있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점막에서 증식을 하면서 면역의 기억 세포가 만들어지도록 유도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외의 백신들, 특히 현재 개발되는 분자 백신들은 단백질이 아니라 유전 정보를 주입해서 항원을 제시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점막에 백신을 투여하면 항원이 발현되기도 전에 제거되어 버려 면역 획득이 잘 유도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분자 백신은 이 어려운 난관을 건너뛰고 항원이 인체의 세포에서 쉽게 발현되도록 근육주사를 하는 것입니다.

 

분자 백신을 접종하는 경우 심한 몸살 증상이 흔하게 동반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점막을 통하지 않고 인체 내부에 바로 항원이 노출되었기에 면역 반응이 격렬하게 일어나는 것이죠. 하지만 이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제대로 발현되었으며 면역 자극이 시작되었다는 증거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근육주사를 통해 생성되는 항체는 IgG입니다. 

항체에는 IgM, D, G, A, E의 5가지 종류(class)가 있습니다. 우리 몸의 면역은 정교한 기전을 통해 최초로 항원 자극이 주어진 지역에 필요한 항체를 정확하게 만들어 냅니다. 혈관 내로 침투한 항원에 대해 활약하는 중화 항체는 IgG이고, 점막의 국소 방어에서 중요한 항체는 IgA입니다. 혈관 내 감염이 시작되면 IgG가 전신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점막으로 분비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감염 초기에 점막에서 주로 감염이 진행이 될 때에는 무용지물입니다. 점막에서 증식하는 바이러스를 중화하기 위해서는 점막으로 분비되는 IgA가 필요한데 이는 근육 주사를 통해서는 생성되지 않습니다. 우리 면역은 homing이라는 정확한 유도기전을 통해 필요한 곳에 집중적으로 항체와 세포 독성 T세포를 투입합니다. 자연 감염을 통해 점막에서 면역 자극이 시작되면 획득된 면역 세포가 점막에 상주하게 되고, 이를 통해 감염 초기 단계부터 방어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백신을 통해 획득된 면역은 점막 증식 단계는 막지 못하고 전신 감염으로 확대된 단계에서부터 방어를 시작합니다. 이번에 개발된 분자 백신들의 임상시험에서 중증, 즉 폐렴으로 진행하는 것은 완벽하게 막지만 코로나19의 전파 자체는 완전히 막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백신의 근육주사라는 투여경로의 취약점이 무증상 전파라는 코로나19의 임상적 특성과 결합하면 코로나19 변이의 출현 확률이 올라가는 결정적인 요인이 됩니다. 

 

 

불안요소 3. 코로나19의 무증상 감염

분자 백신에 대한 저항성 변이 발생의 마지막 불안요소는 코로나19의 감염 특성입니다.  (1)부에서 설명한 대로 코로나19는 감염 세포에서 인터페론의 분비를 억제선천 면역의 시작을 늦추면서 활발히 증식합니다. 이 때문에 무증상 전파의 빈도가 높아진다고 이야기한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이렇게 코로나19가 선천 면역 몰래 증식을 한다는 것은 유전적 다양성 즉 여러 가지 돌연변이가 누적된다는 의미와 동일합니다. 그리고 감염이 더욱 진행되면 이 돌연변이들에게 백신에 의해 형성된 항체들에 의한 선택 압력이 가해지기 시작합니다. 자연 감염에서는 호흡기 점막에 상주하는 면역세포가 즉각 작동하기 때문에 돌연변이의 누적 속도보다 선택 압력이 더 다양하고 빠르게 전개됩니다. 하지만 불안 요소 2에서 지적한 대로 백신에 의해 획득된 면역의 경우는 감염이 전신 혈관 내로 퍼지기 전에는 면역이 없는 것과 비슷한 상태로 진행됩니다. 이런 증식과 면역 개입의 시간적 차이가 커질수록 돌연변이가 더 많이 누적이 되고 나서 면역이라는 선택 압력이 가해지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즉 백신 저항성 변이의 자연선택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지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불안요소 1에서 지적한 대로 분자 백신에 의해서는 스파이크 단백질에만 선택 압력이 가해지기 때문에 스파이크 단백질의 변이만 선택되면 현재 사용되는 모든 백신에 대한 저항성을 획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백신 저항성 변이의 출현 과정은 항생제 내성 세균의 출현과 같은 원리로 일어납니다. 물론 세균은 자가 증식을 하면서 내성 획득이 일어나지만 바이러스의 경우는 입자 상태가 아닌 숙주세포에서 증식을 하는 동안만 내성 획득이 일어난다는 차이는 있습니다. 내성 균주의 출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합한 항생제를 효과가 있는 농도로 유지해야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백신 접종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의 분자 백신의 본질적인 취약점 때문에 집단 면역을 올리기 위해 접종하는 기간이 너무 길어지거나,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내성 변이의 출현 확률이 올라갑니다. 현재의 분자 백신은 발현 방법에 상관없이 모두 스파이크 단백질을 항원으로 제시합니다. 따라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동시 접종이 이루어져야 제한적인 백신 항원에 대한 변이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조건을 만족시킬 속도로 예방접종을 완료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방역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방역으로 전파를 최소화하면서 백신 접종을 시행해 빠르게 집단 면역을 올리지 않으면 변이 발생의 위험 확률이 커지게 됩니다. 

 

 

결론. 백신과 변이의 시간

방역을 강화하거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코로나19의 재생산지수(R)는 떨어지게 됩니다. 이것은 기존의 바이러스가 통제된다는 긍정적인 신호이기도 하지만, 선택 압력이 가해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올라간다는 위험신호이기도 합니다. 선택 압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저항성 변이가 도태가 되지만 선택 압력이 주어지만 저항성 변이는 금방 우세종이 되기 때문입니다. 즉 백신에 의해 코로나19의 전파가 억제되는 시간은 저항성 변이라는 위험한 시도들이 진행되는 시간이기도 한 것입니다.

 

물론 절대 세포 기생체라는 바이러스의 약점 때문에 자가 영양 생물인 세균에 비해 저항성 획득의 확률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재 팬데믹 상황에서는 이런 저항성 획득 시도가 천문학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보통 바이러스 감염에 대해 이분법적인 생각을 하기 쉽지만, 바이러스 감염이나 변이의 발생 모두 확률적인 문제입니다. 로또 일등에 당첨될 확률은 0.00000001 (8,415,061 분의 1)로 아주 희박합니다. 그런데 무조건 일등에 당첨되는 방법이 있습니다. 숫자 5개의 모든 조합 즉 8,415,061개의 로또를 사면 됩니다 (물론 이런 짓은 아무도 하지 않겠지만요). 이처럼 확률에서 가능성이 0인 것과 희박한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습니다. 가능성이 0이면 시행 횟수가 아무리 많아져도 일어나지 않지만, 아무리 희박한 확률도 시행 횟수가 많아지면 언젠가는 일어나게 됩니다. 백신 저항성 변이의 발생보다 더 희박한 확률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간 장벽을 건너는 사건인데, 이미 박쥐의 SARS-CoV2가 인간으로 건너왔습니다.

희박한 확률은 0과는 다릅니다.

  

이렇게 한 종류의 백신에 대해 변이가 획득이 된다면 현재 개발된 백신들 대부분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백신의 종류에 상관없이 빨리 접종을 진행해 집단면역을 올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항성 변이가 발생하는 상황은 백신을 접종 받은 사람이 코로나에 감염이 될 때입니다. 이 상황이 코로나19의 저항성 변이가 선택되는 지점이기 때문에, 백신을 맞았다고 당장 마스크를 벗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만약 제대로 된 백신 저항성 변이가 발생하면 그 개인은 중증으로 갈 위험이 커질 뿐만 아니라, 코로나21 혹은 코로나22 같은 악몽의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백신 접종은 안전하고 빠르게 집단 면역을 올리는 소중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인 취약점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항생제도 잘못 사용하면 내성 균주가 출현해 무용지물이 되는 것처럼, 어렵게 개발된 소중한 백신도 반드시 제대로 사용되어야 합니다. 즉 백신은 방역의 보완제이지 대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접종과 방역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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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Peiris, M. & Leung, G. M. What can we expect from first-generation COVID-19 vaccines? The Lancet 396, 1467-1469 (2020).

 

 

**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주철현 교수님께서 작성하신 글입니다 ** (일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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