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변이와 백신 (1)
이제 3월 11일이면 코비드19 팬데믹의 (비)공식적 선언 1주년입니다. 아직도 생소하기만 한 코로나19(SARS-CoV-2)는 여전히 우리의 시간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일년 전의 희망 섞인 예측들은 모두 빗나갔고, 코로나19는 현대 의학과 방역 시스템을 농락하며 숨바꼭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이 교활한 바이러스의 정체도 조금씩 규명되어 왔습니다.
“왜 코로나19는 팬데믹을 일으켰을까?”
병원을 중심으로 전파되었던 사스나 메르스와 다르게 코로나19는 일상 전파가 대부분입니다. 이것은 감염 초기부터 비말 전파가 일어난다는 의미이며, 팬데믹의 결정적 원인입니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만든 핵심적인 분자생물학적 기전은 코로나19의 인터페론(정확히는 제1형 인터페론)의 분비 억제능력입니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가 분비하고 반응하는 인터페론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반응을 시작시키는 사이토카인(세포간 신호전달 단백질)입니다. 콧물, 기침 같은 감기나 발열, 근육통 같은 몸살 증상이 모두 인터페론에 의해 유도됩니다. 이 증상들은 인체가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면서 항체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하면서 발생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평상시에도 인터페론의 레벨이 높은 박쥐에서 건너왔기 때문에 이것의 분비를 억제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그래서 최초로 감염이 일어난 비인두에서 별 증상 유도 없이도 높은 농도로 증식이 가능합니다. 그 결과 증상이 경미하거나 아예 없는 상태에서도 감염성 비말이 배출되는 것입니다. 이런 특성은 팬데믹의 주된 원인이면서, 더욱 골치 아픈 문제들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첫째는 일반적인 호흡기 바이러스의 변이에서 나타나는 전파와 증상의 반비례 관계가 깨어졌다는 것이며,
둘째는 현재 개발된 백신들로 전파를 완전히 차단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의 전파와 증상의 반비례 관계가 깨어졌다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바이러스의 변이 과정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변이라는 용어를 쓰지만 정확히는 바이러스 유전자의 진화입니다.
생명의 중심 원리가 지배하는 다른 생물의 진화와 마찬가지로 바이러스의 진화도 유전자 복제 시에 발생하는 돌연변이, 전파라는 선택압력, 증식을 통한 선택 유전자의 증폭이라는 세 단계로 진행이 됩니다.
코로나19의 유전자 복제과정에서는 무작위의 돌연변이가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원시적인 RNA 복제 효소의 한계 때문입니다. 생식 주기가 긴 고등생물의 유전자 복제에서 발생하는 무작위 오류는 대부분 치명적인 결과로 연결됩니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경우는 엄청난 수로 증식을 하기 때문에 복제 과정에서의 무작위 오류는 오히려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장점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변이체들을 통칭해서 유사종(quasispecies)이라고 합니다. 편의상 코로나19라고 부르지만 거기에는 수많은 유전자 변이체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만약 ACE2가 아닌 다른 세포막 수용체에 결합하는 변이체가 등장하면 코로나19가 아닌 코로나21같은 새로운 종(species)으로 분기가 일어나게 됩니다. 새로운 신종 코로나가 등장하는 것이지요. 코로나19가 사람 사이에서 비말을 통해 전파되는 과정은 선택압력(selection pressure)으로 작용합니다. 다양한 유전자들 중에서 전파에 성공한 것들은 새로운 숙주에서 다시 증폭이 됩니다. 바이러스 진화의 사이클은 이렇게 돌아갑니다. 사람의 경우 한 사이클에 30년 정도 걸리지만, 바이러스는 순식간입니다. 진화의 사이클마다 생성되는 다양한 유전자의 바이러스 입자들은 전파되기 위해 서로 경쟁합니다. 이런 빈번한 유전자 변이의 등장과 무지막지한 복제 경쟁이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인간으로 건너오는 원동력입니다.
바이러스 입자는 무생물 상태이기 때문에 숙주의 증상이 위중해 돌아다니지 못하면 전파가 불가능합니다. 이기적 유전자의 결정체인 바이러스 유일한 목적은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해서 퍼트리는 것이지 숙주를 죽이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측면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가장 성공적인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숙주인 사람 집단에서 감염율이 올라가면 집단 면역도 따라서 증가하기 때문에 늦게 전파되는 유전자는 도태 압력을 받게 됩니다. 특히 급성 호흡기 바이러스의 경우 경미한 증상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는 유전자보다 더 높은 확률로 선택이 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증상은 점차 경미해지면서 전파력은 높아지는 방향으로 변이가 진행이 됩니다. 참고로 진화에 방향이 없다고 하는 것은 유전자의 무작위 돌연변이 단계에서 적용되는 이야기이며 선택 단계에서는 당연히 방향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 논리에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임상적 증상이 나타난 뒤 전파가 가능한 비말이 생성되는 순서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는 감염 초기부터 전파가 일어나서 이 전제조건이 깨졌습니다. 전파가 먼저 일어나기 때문에 감염자의 임상증상은 전파력과 상관없게 된 것입니다.
약 1제곱 센티미터의 면적에만 코로나19가 감염되어도 거기에는 수십 만개의 세포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하나의 감염 세포에서만 약 천개의 새로운 바이러스 입자가 배출이 됩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40만명 이상의 새로운 감염자가 매일 발생하고 있으니 코로나19 변이가 일어날 확률이 얼마나 높은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얼마나 많은 변이 유전자가 돌아다니는지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변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염기서열 분석이 필요한데, 매번 시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현재 표준 진단법인 RT-PCR로는 코로나19 유전자의 존재 유무만 확인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이미 다수의 코로나19의 변이가 세게 각지의 연구팀들에 의해 확인되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구성하는 614번째 아미노산이 아스파르트 산(D)에서 글리신(G)으로 바뀐 D614G 변이입니다. 세포의 표적 수용체인 ACE2와 결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표면에서 일어난 단 하나의 아미노산 변화로 코로나19는 이전보다 더 빠르게 전파가 되었습니다. 현재 전세계에서 확인되는 유전자는 모두 이 변이를 기본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우한에서 시작된 최초의 유전자는 이미 도태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렇게 전파에 유리한 변이가 일어났음에도 임상적 중증 진행 확률에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D614G변이를 기반으로 추가적인 변이들이 계속 누적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영국에서 확인된 B.1.1.7, 남아공에서 확인된 B.1351, 브라질과 일본에서 확인된 P1, 그리고 얼마전 미국에서 확인된 CAL.20C등이 있습니다. 이 변이들은 전파력이 올라갔는데도 중증도가 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더 증가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골치 아픈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가 바로 앞에서 설명했던 임상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전파가 되는 특성 때문입니다.
이러한 변이의 출현은 원래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의 유전자를 기반으로 설계된 백신의 효과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 백신들에 의해 생성된 중화 항체들은 일단 변이의 기본이 되는 D614G에 대해서는 교차 반응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누적 변이들에 대해서는 면밀한 연구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쓰다 보니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이번 글은 여기에서 끊겠습니다. 이번 글과 관련해서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 참고문헌들을 살펴보시면 됩니다. 모두 펍메드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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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주철현 교수님께서 작성하신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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