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변이와 백신 (2)
이번 포스팅에서는 예고한대로 현재 실전에 투입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의 장단점을 비교해보겠습니다.
예방 접종을 받고 많은 사람들 몸살로 힘들어하고, 이를 지켜보며 예방 접종을 무서워하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사용되는 코로나19 백신들의 특징을 알고 있다면 이런 몸살은 오히려 반가운 증상입니다.
(1)부에서 설명했던 대로 몸살은 인터페론이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백신의 목표는 코로나19 항원에 대한 면역의 기억 세포가 만들게 하는 것입니다. 면역은 염증이라는 십자 포화를 퍼붓는 선천 면역과, 항체와 살해 세포로 바이러스를 정확하게 저격하는 적응 면역으로 구분됩니다.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선천 면역이 먼저 작동해 감염이 퍼지는 것을 막는 동시에, 적응 면역을 시작하는 면역 세포들을 감염 지역으로 끌어들입니다. 유도된 적응 면역은 약 일주일 정도에 걸쳐 바이러스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를 생성하는 B 세포와, 바이러스 감염 세포를 죽이는 세포 독성 T세포를 골라내서 활성화시킨 뒤 분열 증식을 유도해 바이러스를 격퇴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활성화된 B세포와 T세포의 일부를 다시 잠재워서 저장하는데 이를 면역의 기억세포라고 합니다. 항체를 분비하는 세포는 바이러스가 사라지면 없어지기 시작하지만 기억세포는 몇 달에서 몇 년간 조용히 동면상태로 존재합니다. 그리다가 동일한 바이러스에 다시 감염이 되면 기억세포들이 즉시 깨어나 분열 증식하면서 항체를 분비하고 감염 세포를 죽이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을 획득했다 것은 항체 생성의 단순한 의미를 넘어 기억 세포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 정교한 적응면역은 선천면역의 염증반응 없이는 시작되지 않으며, 이 염증반응의 방아쇠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인터페론입니다. 따라서 몸살이 난다는 것은 면역이 제대로 작동을 하고 있다는 신호인 것입니다.
현재 예방접종을 둘러싸고 부작용에 대해 많은 오해가 생기고 있습니다. 약물의 부작용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주된 작용(main effects)가 아닌 부가적인 작용(side effects)이라는 의미입니다.
'미녹시딜'이라는 약이 있습니다. 이 약은 처음에는 궤양치료제로 개발되었습니다. 하지만 혈관확장이라는 부작용이 발견되어 고혈압치료제로 사용되었습니다. 이후 다시 발모라는 부작용이 또 발견되어 최근에는 탈모 치료제로 가장 널리 사용이 됩니다. 약물의 사용목적에 따라 주작용과 부작용이 계속 변한 것입니다.
예방접종의 경우 주작용이 기억세포의 획득이라면 몸살은 그것에 동반되는 부작용(side effect)인 것이죠. 그런데 다른 치료용 약물과 조금 다르게 백신에서는 부작용이 없이 주작용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백신에는 선천면역을 확실히 자극하기 위해 부작용, 즉 염증을 유도하는 첨가제를 넣습니다. 순차적으로 유도되는 면역반응의 특성상 백신에 대해 염증반응이 일어나지 않으면 기억세포도 안 생기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몸살이 발생했다는 것은 선천면역이 확실히 유도되었다는 반가운 신호인 것입니다. 물론 선천면역이 유도되었는데도 별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인터페론의 분비능력이나 인터페론에 대한 전신반응의 정도가 나이와 면역 상태에 따라 개인차가 있기 때문입니다. 젊고 건강할수록 백신 접종 후 몸살이 심한 경우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약물에 의한 부작용 중에서 부정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용어는 유해 반응 혹은 이상 반응(adverse effects)입니다. 예방접종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먼저 매를 맞아 둔다는 개념입니다. 당연히 나중에 맞을지도 모르는 진짜 매보다는 덜 아파야 말이 됩니다. 따라서 백신에 의한 이상반응은 코로나 직접 감염되었을 때 보다 더 위중한 증상에 해당합니다. 이상반응은 인터페론 분비와 염증 유도의 범위를 넘어서는 이상 면역 반응에 의해 일어납니다. 접종부위의 염증반응이나 경미한 몸살증상은 우리 몸에 항체를 주입하였기에 나타날 수 있는 정상 범위의 면역 반응입니다. 이것을 넘어서는 백신에 의한 단기적인 이상반응은 ‘아나필락시스’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이는 접종 후 즉시 발생하기 때문에 15 - 30분 정도 지켜봐서 아무 증상이 없으면 발생하지 않은 것입니다. 장기적 이상반응은 인체의 정상세포와 기억세포가 교차반응을 하는 경우로 ‘길렝바레’ 증후군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현재 개발되어 사용되는 코로나19 백신은 제한된 항원 단백질만 항원으로 제시하기 때문에 정상세포와의 교차반응의 발생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오히려 일반적인 코로나19 감염에 의해 십년정도 지난 뒤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정리하면 유일하게 걱정해야 할 이상 반응은 ‘아나필락시스’이며 접종 후 30분 이내에 즉시 확인 가능합니다.
백신의 기본적인 내용은 이 정도로 마치고 현재 접종중인 백신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이번 팬데믹에서 가장 빨리 만들어진 시노백의 백신은 전통적인 사백신입니다. 이것은 배양해서 불활성화 시킨 코로나19 바이러스 입자를 통째로 주사해서 항원으로 제시합니다. 따라서 제작은 간단하지만 안전성이나 장기적인 영향 평가에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너무 빨리 상용화가 되었다는 불안요소가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사용되지 않습니다.
최근 상용화가 된 백신들은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단백질만 선택적으로 면역에 제시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해 ACE2에 결합해서 숙주세포의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이는 중화 항체의 표적으로 가장 이상적이면서 또한 항체를 생성시키는 항원성도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면역에 항원으로 제시하기 위해 다양한 분자생물학적 기법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들을 분자 백신이라고 통칭하기도도 합니다. 정리하면 고전적인 사백신의 항원은 바이러스 전체이고 최근 개발된 분자 백신의 항원은 스파이크 단백질 딱 하나인 것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이 아닌 그것의 유전자를 우리 몸의 세포에 주입합니다. 이 유전자가 들어간 세포는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세포 표면에 만들어 냅니다. 우리 몸의 세포가 코로나19의 바이러스에 감염이 된 것처럼 면역을 속이는 것이죠. 그럼 면역은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항체와 살해 세포를 만들어 내고 기억세포를 저장하게 됩니다.
여기서 어떤 방식으로 유전자를 인체의 세포에 전달하는가에 따라 재조합 바이러스 백신과 mRNA 백신이 나누어집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는 흔한 감기를 일으키는 아데노 바이러스의 껍질속에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단백질의 DNA 유전자가 들어 있어 재조합 바이러스 백신이라 불립니다. 이에 반해 화이자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mRNA를 직접 투여합니다. 물론 mRNA를 그대로 투여하면 혈액내의 RNA 절단 효소에 의해 즉각 파괴가 되기 때문에 보호와 세포내 전달을 위한 물질에 결합시켜 투여를 합니다. 이런 전달 방식의 차이에 의해 백신의 안정성(stability, 안전성과 다른 말입니다)과 부작용에서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하지만 면역에 제시하는 항원은 ‘거의’ 동일한 스파이크 단백질이기 때문에 백신의 주목적인 기억 세포의 획득이라는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방식의 장점은 훨씬 정교한 유전자 전달방식이라는 점입니다. 아데노 바이러스의 껍데기는 숙주세포에 자신의 유전자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수십 억년을 진화하면서 다듬어졌기 때문입니다. 즉 가장 자연스러운 유전자의 전달방법이라는 것이죠. 여기에 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어있어 증식이 가능한 것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재조합 바이러스는 세포를 감염시켜도 증식이 불가능합니다. 아데노 껍질을 만드는 정보가 유전자에서 제거되었기 때문입니다. 즉 처음 한 번만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전자를 세포 속에 집어넣으면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런 안전성을 이유로 오래전부터 유전자 치료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가 되고 사용이 되어 왔던 방식입니다. 또한 백신의 DNA 유전자는 바이러스의 껍데기에 안전하게 둘러 쌓여 있어 유통 시 온도 변화에 대한 저항성도 강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점으로는 흔한 감기의 원인인 아데노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있는 사람에게 접종하면 효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세포내로 들어간 DNA는 핵까지 들어간 뒤 전사가 되어 mRNA가 만들어진 다음 스파이크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발현 효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화이자 방식의 장점은 단순한 mRNA형태로 최종 투여되기에 빠른 개발이 가능하고, 세포내로 들어간 mRNA에서 바로 단백질이 만들어 지기 때문에 발현효율이 좋습니다. 단점으로는 mRNA의 불안정한 화학적 특성 때문에 백신 유통시에 저온을 엄격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콜드체인이 갖춰지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사용하기 힘든 백신입니다. 또한 유전자 발현을 위해 인체에 적용해 보는 것이 처음이라 장기적인 부작용의 데이터가 전무하다는 것도 불안 요소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성이 아니었다면 아마 mRNA 방식의 백신은 십수년은 더 있어야 임상시험이 끝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사안의 시급성이 개발단계의 백신을 실전에 이끌어 낸 것이죠.
이렇게 비교해보면 현재 어느 백신이 더 좋은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면역학적으로 얻는 결과는 두 백신이 동일하며 부가적인 면에서 차이가 날 뿐입니다. 초기 임상시험 결과들의 수치를 일대 일로 비교하는 보도 때문에 화이자의 백신이 성능이 더 좋은 것으로 잘못 알려졌는데 이론적으로는 차이가 날 요인이 거의 없습니다. 임상 시험에서 차이가 난 이유는 화이자의 경우는 엄밀하게 수행을 하였고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즉 더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검증이 된 것과 되지 않은 것의 차이인데 이를 두백신의 우열로 받아들인 착오가 일어난 것입니다. 두 백신의 효과가 동일하다는 것은 이미 대규모의 접종이 먼저 이루어진 영국의 역학 데이터에서 쉽게 확인이 가능합니다. 또한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공급이 쉬워 먼저 대량으로 접종이 되고 있기 때문에 부작용에 대한 경험이 도드라져 보이는 착시가 생기고 있습니다. 이 역시 영국의 데이터를 보면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는 1차 접종에서 부작용이 심하고, 화이자는 2차 접종에서 부작용이 더 심한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 역시 두 백신의 유전자 전달 방식에서 기인합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어느 것이 더 좋은 것인지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고 본인이 빨리 맞을 수 있는 백신이 좋은 백신입니다.
빨리 맞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두 백신 모두 감염 시 폐렴으로 진행하는 것을 확실하게 막아 주기 때문입니다. 즉 집단 면역의 형성이라는 관점만이 아니라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도 백신은 빨리 맞는 것이 현명합니다. 몸살이나 접종부위의 통증은 이상반응이 아니며 본인의 선천면역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이유로 백신 접종 후 몸살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서 ‘소염’ 제인 이부프로펜 계열이 아닌 ‘해열’제인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진통제를 권하고 있습니다. 이부프로펜의 항 염증 작용이 선천 면역을 억제하여 백신의 항체 형성 효과를 떨어트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타이레놀 역시 증상이 나타나고 나서 복용하는 것이 권장되는데, 증상이 없는데도 미리 복용하면 백신의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몸살 증상이 견디기 힘들 정도면 면역 유도가 충분하게 일어났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타이레놀을 복용하지 않고 참을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이렇게 부작용을 각오하고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 이유는 코로나 19가 활발히 증식을 하는 진짜 감염에서는 증상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불확실하지만, 백신은 증식이 불가능한 단백질 항원만 제시하는 것이기에 초기 증상 이외에는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음 마지막 포스팅에서는 (1)부와 (2)부의 내용을 종합해서 왜 전문가들이 현재 백신으로는 코로나의 전파를 막기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이유와, 백신을 무용지물로 만들 위험이 있는 저항성 변이의 출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주철현 교수님께서 작성하신 글입니다 ** (일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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