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서사의 위기 (Die Krise der Narration)
건강을위한
2025. 4. 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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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로 유명한 한병철 작가의 2023년에 나온 책 <서사의 위기>.
이야기(스토리)가 넘쳐나지만, 나의 고유한 생각과 맥락은 잃어버리고 있는 이 시대에 대한 통찰.
철학책은 어렵다...
이야기에서 정보로
벤야민에 따르면 이야기는 ‘모든 걸 내보이지 않는다.’ 이야기는 ‘그 힘을 내면에 모은 채 보전하다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다시 펼쳐낼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정보는 완전히 다른 시간성을 보인다. 정보는 좁은 최신성의 폭 때문에 매우 빠르게 소진된다. 정보는 오로지 찰나의 순간에만 작동한다. 영구한 발아력을 지닌 씨앗이 아닌, 티끌이나 다름없다. 정보에는 발아력이 결여되어 있다. 한번 인식되고 나면, 이미 확인을 마친 부재중 메시지처럼 무의미성 속으로 침잠한다.
경험의 빈곤
설명되는 삶
벌거벗은 삶
세계의 탈신비화
충격에서 ‘좋아요’로
넷플릭스의 시대에는 아무도 영화와 관련해 충격의 경험을 말하지 않는다. 넷플릭스 시리즈는 강조된 삶의 위험에 상응하는 예술 형식이 결코 아니다. 그보다는 빈지뷰잉Binge Watching,* 즉 생각 없는 시청이 시리즈 소비를 특징짓는다. 관찰자는 마치 소비 가축처럼 살찌워진다. 빈지뷰잉은 디지털화된 후기 근대의 지각 양식으로 일반화할 수 있다.
* [옮긴이]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에피소드를 한 번에 보는 것. ‘정주행’에 해당하는 신조어
이야기로서의 이론
치유의 스토리텔링
이야기 공동체
스토리셀링
삶은 이야기다. 서사적 동물animal narrans인 인간은 새로운 삶의 형식들을 서사적으로 실현시킨다는 점에서 동물과 구별된다. 이야기에는 새 시작의 힘이 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모든 행위는 이야기를 전제한다. 이와 반대로 스토리텔링은 오로지 한 가지 삶의 형식, 즉 소비주의적 삶의 형식만을 전제한다. 스토리셀링으로서의 스토리텔링은 다른 삶의 형식을 그려낼 수 없다. 스토리텔링의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소비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우리로 하여금 다른 이야기, 다른 삶의 형식, 다른 지각과 현실에는 눈멀게 한다. 바로 여기에 스토리 중독 시대 서사의 위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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