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 그 모든 우연이 모여 오늘이 탄생했다
원서 (독어) 제목은 < Alles Zufall: Die Kraft, die unser Leben bestimmt >
영어로는 All coincidence: the force that determines our lives 정도로 직역될 수 있다.
한국어로는 < 모든 우연: 우리 삶을 결정짓는 힘 > 정도?
한국어 제목을 잘 뽑았네.
<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 >
오래된 책인데, 2023년에 다시 나온 거라고 한다.
우리는 '우연'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 저자
- 슈테판 클라인
- 출판
- 포레스트북스
- 출판일
- 2023.02.22
우연:
1. 우리가 다르게 설명할 수 없거나, 다르게 설명하고 싶지 않은 것은 우연한 것이다.
2. 아무도 의도하지 않은 일이 맞물려 의미있는 일로 다가올 때.
규칙을 찾을 수 없는 사건이건 의도하지 않았던 연관이건 우연은 우리가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일이며, 바로 그 점이 우리를 매혹시킨다. 그러나 우리는 우연에 상반된 감정을 느낀다. 일이 의도하지 않게 딱딱 맞아떨어져 좋은 일이 생기면 좋지만,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은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불확실함은 스트레스다.
p.26
우연의 효과는 돌로 언덕을 쌓는 경우와 비슷하다. 돌덩이 몇 개만 쌓아서는 그럴듯한 형태를 얻을 수 없다. 하지만 돌을 많이 모아놓으면 가까이에서 보면 여전히 표면이 삐죽삐죽하고 구멍이 뻥뻥 뚫려 있다 해도 멀리서 보면 그런 울퉁불퉁한 것들이 보이지 않고 제법 매끈한 언덕이 생겨날 것이다. 마찬가지로 수많은 개별적인 우연들도 거리를 두고 관찰하면, 즉 수많은 동종의 사건을 관찰하면 조화로운 전체로 어우러진다.
p.39
사람들은 오이디푸스의 비극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의 힘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우리는 이 이야기를 다르게 읽을 수도 있다. 즉, 그것을 믿기 때문에 예언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피티아가 모호한 신탁 대신 오이디푸스의 생애가 어떻게 될 것인지 더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었더라면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는 아들을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p.92
...리히텐베르크는 "모든 발명품은 우연의 작품"이라며 "똑똑한 사람들이 책상 앞에 앉아 편지를 쓰듯이 발견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새로운 발견은 불만의 해결책과 오류를 참아내며 많은 실험을 하고 적은 선택을 하는, 다소 불편해 보이는 진화의 법칙을 통해서 탄생할 뿐이다. 우연과 직관이 이성을 대신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논리적 사고가 있어야 우리의 착상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점검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2차적 단계다. 처음에는 언제나 우연에 대해 열려 있는 개방적인 사고가 존재한다. 그리하여 프랑수아 자코브는 혁명적인 발견을 추구하는 것을 'Night science'라 명명했다.
p.138
모래언덕 위에 맨 처음 떨어진 빗방울은 우연히 길을 뚫는다. 이어 빗방울이 많이 떨어질수록 빗방울들은 처음의 길을 더 깊게 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모든 물이 같은 흐름을 탄다. 이런 식으로 새로운 것은 환경에 영향을 끼치고 환경을 되돌릴 수 없게 변화시킬 수 있다. 모래 위에 떨어진 빗방울처럼 그러는 와중에 처음의 우연은 굳어지고 길이 정해진다.
p.152
가위바위보는 게임 이론의 면모를 보여준다. 게임 이론이란 헝가리 출신의 미국 수학자 존 폰 노이만이 1920년대에 정립한 개념으로 다양한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 이론은 인간 또는 동물들이 서로 경쟁하며 사는 곳이면 어디에나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임금 협상을 할 때도, 독수리와 뱀의 먹고 먹히는 생존 싸움에서도, 포커를 칠 때도 말이다. 게임 이론을 한마디로 말하면 이렇다. 상대편이 어떻게 행동하든 상관없이, 언제나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해결책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p.161
우연이 우리의 길을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환경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불리한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출세할 확률이 더 낮다. 그럼에도 그가 모든 장벽을 딛고 성공하는 경우에는 재능과 능력 외에 뜻밖의 동시적인 사건들이 성공에 기여한다. 우리는 진화와 관련하여 이런 법칙을 이미 알고 있다. 우연은 종종 약자의 편에서 싸운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므로 정의는 가능하면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가능성이 많은 환경 속에 있는 사람은 개별적인 우연의 영향을 덜 받는다. 오늘 기회를 놓치면 내일 다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전체 속에서 개별적인 것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p.177
자녀에게 적절히 고무적인 환경을 만들어주고 자신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를 되도록 많이 주는 것은 아이에게 단순한 재능 계발 이상의 도움이 된다. 그들을 세상에서 유일한 개성을 지닌 존재로 여겨주는 것이 바로 자녀를 존중하는 일이다. 아랍의 철학자 칼릴 지브란은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자녀에게 자기 자신이 되도록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녀를 여러분과 똑같이 만들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생명은 뒷걸음 치지 않으며 어제에 머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p.189
이처럼 우리는 우연이 공교롭게 질서를 지킬 거라고 기대한다. 이런 미신이 가장 잘 통하는 곳이 카지노다. 룰렛 구슬이 세 번 연속 빨간색에 떨어지면 게이머들은 검은색에 건다. 통계학을 알고 있으므로 결국 균형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계학은 아주 많은 수의 게임이 진행될 경우 빨간색과 검은색이 거의 같은 비율로 등장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니 네 번 연속으로 빨간색에 떨어진다 해도, 네 번은 그리 큰 숫자가 아니다. 그러나 카지노의 손님들은 통계학을 믿는 것이 아니라 룰렛 바퀴가 지난 게임의 결과를 숙지하고 있다고 믿는 듯하다. 계속 빨간색이 나왔다 해도 손님들은 마치 같은 것이 나오지 않았던 듯 빨간색과 검은색에 동일하게 걸어야 한다.
p.211
뇌는 끊임없이 틀과 설명을 찾는다. 이 과정 끝에 어떤 해석을 믿을지는 자유다. 가까운 사람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을 경우 죄책감에 시달릴 수도 있지만, 생명이 다한 것이라고 스스로 위로할 수도 있다. 전자의 시작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고, 후자의 시각은 사람을 위로한다. 이처럼 하나의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시각에 달려 있다.
p.247
...하지만 우리는 다르게 느낀다. 무언가를 잃는 것은 무언가를 얻지 못하는 것보다 더 참을 수 없는 일이다. 뇌가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에 더 민감하기에 우리는 기쁨과 행복보다 분노와 슬픔을 더 강하게 인지한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을 찾기보다 불행을 줄이려고 더 애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우연을 그토록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행복에 대한 유혹보다는 현재 상태가 악화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더 강하게 느낀다.
p.259
행복에 이르는 길은 단 하나,
자신의 의지로 어쩔 수 없는 것에 대한
걱정을 멈추는 것이다.
-에픽테토스-
미국의 비행기 엔지니어 에드워드 A.머피는 2차 세계대전 후 실험 중 결정적인 순간에 측정기가 고장 나자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일은 꼭 잘못된다"라고 말했다. 끊임없이 우리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고, 희생자로 만드는 것은 운명이나 누군가의 무능력이 아니라 가차 없는 확률의 법칙일 따름이다. 머피를 불멸의 존재로 만들어준 이 문장에 대해 머피의 미망인은 머피가 약간 다르게 말했다고 주장했는데, 바로 다음과 같은 문장이다.
"어떤 일을 하는데 한 가지 이상의 방법이 있고 그 방법 중 하나가 재난을 초래한다면 반드시 그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p.294
감지할 수 있는 리스크가 없는 환경은 위험하다. 프랑스의 르네아말베르티 같은 안전 전문가들은 우발적인 사건을 제거하려 하지 말고 자신을 무장하라고 말한다. ... 스토아적인 초연함에 이르라는 의미가 아니라, 우발적인 사건과 더불어 살아가려면 위험에 대비하며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
우연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려면 우리는 늘 파괴자인 우연의 존재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약간 불안할 때가 가장 안전하다.
p.307
...하지만 현대 사회처럼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사회에서는 작은 걸음으로 걸으며 계속적으로 규칙을 조정해 나가는 것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최상의 방법이다.
p.322
오늘날에는 전체 지식의 상당한 부분을 인지하고 산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 되었다. 모르는 것이 정상이고, 아는 것이 이상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인생의 앞날 역시 더욱 예측할 수 없어졌다. 우리의 길을 결정하는 대부분의 일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은밀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것은 옛날의 샤먼처럼 누군가가 우리 앞에서 지식을 숨기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 간의 연결이 매우 다양해지고 복잡해져서 우리에게 중요한 모든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p.331
우연을 행운으로 변화시키려면 집중력이 있어야 한다. 행운은 기회를 깨닫는 자에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것을 위해 우리는 때로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p.343
물론 기존의 지식과 목표는 중요하다. 기회는 무에서 탄생하지 않는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을 바탕으로 예기치 않은 것이 떠오르는 것이다. 따라서 예기치 않은 것을 창조적으로 대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동시에 늘 이런 태도의 한계를 의식해야 한다. 우연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들 간의 새로운 연결을 보여주고, 틈새를 채우면서 우리를 도울 수 있다. 계획적인 행동과 예기치 않은 것을 수용하는 태도는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다.
p.346
우연은 우리에게 머릿속의 사상누각을 떠나 현실에 발을 딛도록 인도한다. 그러므로 예기치 않은 일에 더 많은 여지를 허용하는 것은 자신을 변화시키는 모험일 뿐 아니라, 우리의 인식을 더 날카롭게 하고 시간에 대해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한다. 우연은 우리에게 신중함을 가르쳐준다. 이것이 바로 우연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우연은 현재에 민감하게 만든다. 현재야말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아니던가? 우연에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은 생동감 있게 살아가는 것이다.
p.349
목차 >>
들어가는 말. 운명처럼 이 책을 펼친 당신에게
Part 1. 운명이라는 착각
Chapter 1. 믿을 수 없는 운명의 장난들
Chapter 2. 누군가는 반드시 로또에 당첨된다
Chapter 3.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Chapter 4. 그 모든 예언은 불가능하다
Chapter 5. 우연을 운명이라 믿는 이유
Part 2. 우연이 만든 세계
Chapter 6. 인류의 모든 것은 우연에 빚지고 있다
Chapter 7. 우월함을 이기는 우연한 승리
Chapter 8. 우연이 만들어낸 뜻밖의 행운
Chapter 9. 육아와 사랑 그리고 우연의 관계
Part 3. 우연이 두려운 사람들
Chapter 10. 모든 일에 이유가 있을 거란 착각
Chapter 11. 뇌는 우연을 거부한다
Chapter 12. 일등보다 꼴등이 마음 편한 이유
Chapter 13. 완벽히 안전한 곳은 감옥뿐이다
Part 4.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법
Chapter 14. 우연한 사고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
Chapter 15. 불확실한 세상에서 좋은 선택을 하는 법
Chapter 16. 우연을 기회로 만드는 법